February 11, 2024 2:08PMCHOI W.:안녕하세요
아빠
February 11, 2024 2:09PM벅규 (GM):오냐
ㅋ
February 11, 2024 2:09PMCHOI W.:오라.
이빨
딲앗네.
February 11, 2024 2:09PM벅규 (GM):캐릭터에 유이 확인해봐
그와중에 너 그전 추벡계는 버린 거냐
February 11, 2024 2:09PMCHOI W.:몰라?
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February 11, 2024 2:09PM벅규 (GM):ㅋ
February 11, 2024 2:09PMCHOI W.:그냥.
들어왔어 ㅎㅎ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근데.
그계정
용량
February 11, 2024 2:09PMCHOI W.:없어서
버린듯..
February 11, 2024 2:09PM벅규 (GM):아
나도 이거 할려고
그전 음원 올린 거
다 버렸잖하
February 11, 2024 2:09PM추벡.:그치
ㅋ
February 11, 2024 2:10PM벅규 (GM):ㅋ
야 일단 시트 바바
February 11, 2024 2:10PM추벡.:보상
February 11, 2024 2:10PM벅규 (GM):우리 때랑 개 많이 바뀜
February 11, 2024 2:10PM추벡.:봣어
와이렇게
생겻네
어렵다
February 11, 2024 2:10PM벅규 (GM):나도 시트 만드는데
적응 못했잖어
ㅋㅋ
ㅋㅋㅋㅋㅋㅋ
February 11, 2024 2:10PM추벡.: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이거
근데
니가다넣어줫네
ㅎ
February 11, 2024 2:10PM추벡.:ㅎ
ㅋ
히히!
February 11, 2024 2:10PM벅규 (GM):원래 지엠이 세팅
해두는 거지
ㅋ
February 11, 2024 2:10PM추벡.:ㅋ
ㅋ
저느.ㄴ
후후.
오셧구뇽?
해주세요.
February 11, 2024 2:11PM추벡.:버전.
ㅋ
ㅋㅋㅋㅋㅋㅋㅋ
February 11, 2024 2:11PM벅규 (GM):ㅋ 일단
운부터 굴려야댐
February 11, 2024 2:11PM추벡.:=
rolling 3d6*5
(++)
*52
6
1
45
February 11, 2024 2:11PM벅규 (GM):오옹
February 11, 2024 2:11PM추벡.:오
운
아야세쥰
같은데
February 11, 2024 2:11PM벅규 (GM):대체 어디가
60
이욜?
February 11, 2024 2:12PM추벡.:이욜. ㅋㅋ
여친을버리고죽다니
February 11, 2024 2:12PM벅규 (GM):운 적어주시구요
February 11, 2024 2:12PM추벡.:운만좋아졋군
February 11, 2024 2:12PM벅규 (GM):ㅋ
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February 11, 2024 2:12PM추벡.:밥풀이지금
자기놓고컴봐서
개빡침
February 11, 2024 2:12PM벅규 (GM):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밥풀아. 지금 중요한 거 하는중이다.
February 11, 2024 2:12PM추벡.:나근데한
5시쯤
그.
명절
이슈로
갑자기불려갈
February 11, 2024 2:12PM추벡.:슈도잇어
ㅋㅌ
ㅌ
방금연락
받음
ㅋ
February 11, 2024 2:13PM추벡.:ㅋ
February 11, 2024 2:13PM벅규 (GM):ㅋ
ㅇㅋ
February 11, 2024 2:13PM추벡.:ㅇㅇㅋㅇㅋ
너편할때
ㄱ ㄱ
February 11, 2024 2:13PM벅규 (GM):그럼 슬슬
가보자
오랜만에 왜케 떨리냐?
ㄷ ㄷ ㄷ
February 11, 2024 2:13PM추벡.:ㄷ ㄷ
과연.
캐입가능할까

February 11, 2024 2:14PM추벡.:근데
이거어케굴리지

시트 함 눌러봐 기능치
February 11, 2024 2:14PM추벡.:안눌
리느데요

위에 편집모드
끄세용
February 11, 2024 2:15PM추벡.:오우
ㅋ
ㅋ

이거 왜케
간지나게 바뀐?
ㅋㅋㅋㅋㅋㅋㅋㅋㅋ
February 11, 2024 2:15PM추벡.:멋진데
ㅋㅋ
February 11, 2024 2:15PM추벡.:쥰! 내가
구하러갈개! 1
다그닥다그닥. ㅋㅋ

갑싀다!
February 11, 2024 2:15PM추벡.:ㅇㅋ현역커뮤러의어휘력을보여주마 .ㅋㅋ
캐릭터:유이
--------------------------
해가 저문 사막과 홀로 남은 당신.
드물게 자리한 가로등은 간신히 당신의 눈앞을 밝혀내고, 그마저도 금이 가 불규칙적으로 깜빡입니다.
어디를 둘러봐도 앞으로는 몰려오는 어둠이, 뒤로는 물러나는 여명이 자리합니다.
바닥난 연료와 펑크난 타이어가 이 하이웨이에 당신을 옴짝달싹할 수 없이 묶어놓습니다.
나아갈 길도, 돌아갈 길도 까마득하기만 합니다.
방법이 없네요. 누군가가 오기를 기다리는 수밖에는요.
그때,
멀리서 배기음과 함께 익숙한 헤드라이트가 반짝입니다.
당신을 향해 달려옵니다. 마침 기적이라도 일어난 것처럼요.
점차 거리는 좁혀지고,
눈이 멀어버릴 것 같던 빛에도 점차 눈이 익어갑니다.
그가 다가옵니다.
미지의 히치하이커를 기다려 당신을 맞이하러 온,
어제 죽은 쥰이.
차는 당신을 발견하고 멈춰섭니다.


벌써 꿈에 나와주다니 쥰은 역시 상냥하구나, 하하... (어쩐지 초점이 흐리다..)

(유이 뒤의 고장난 차를 보고는) ...차가 고장난 건가?
하긴, 유이 네 운전실력으론... (알만하단 표정을 짓는다.)

..(꿈인건가.. 싶어서 조금 다가가본다. 뺨에 손을 얹어보면 따뜻한가?)

만져본 뺨은 따뜻합니다. 마치... 살아있는 것 같네요.

..그런데 이 고장난 차 어떡해?! 버리고가? (헉..)





당신을 태운 차는 잠시의 망설임 없이 도로를 따라 굴러갑니다.
고개를 돌리면 쥰의 얼굴은 어둠에 가리어 보이지 않습니다.
헤드라이트는 음산하고, 지나가는 차는 한 대도 없이,
끝없이 흘러나오는 음악과 희미한 배기음만이 정적을 메웁니다.
고요합니다. 한없이.


(이리저리 열어봄)
뒷자리나 수납박스 등을 열어보면 익숙한 소지품들이 보입니다.
담배, 서류박스, 야근에 자주 시달린 탓에 대비용으로 둔 몇가지 여분 옷가지….
쥰의 소지품이 즐비합니다.
예전에 둘이서 찍었던 폴라로이드 사진도 구석에서 보이네요.
문득 실감이 납니다.
정말로 쥰이구나.

쥰..~ 어디 가는중이야?

뭐 일단, 직진해보는 거지.
조금 더 이야기를 하며 뒤적거리다보면, 흰 국화 한 송이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에너지바 몇 개도 보입니다.

(에너지바 뜯어서 쥰 입에 넣어준다.) 기사님 택시비~ (헤헤 웃고선)

국화는 생생할 뿐 별다른 게 보이진 않습니다.




유난히 어두운 밤입니다.
창 밖의 하늘을 올려다봐도, 도로를 살펴봐도 헤드라이트가 비추지 않는 바깥은 이상하리만치 아무것도 보이지 않습니다.
달이 떠 있지 않은 탓일까요?
...앞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시원하다 못해 서늘하기까지 합니다.
가로등 없는 도로를 한없이 달리다 보면,
'진입 금지'라 적힌 붉은색 표지판이 우리를 막아섭니다.
더 나아가지 말라는 듯.


근데 이러고 있으면 딱히 향할곳도 없으려나..~ (표지판 너머 보다가)

순순히 속도를 줄여 도로 한 가운데 멈춰 서면, 시야 끝자락에 무언가 희끄무레하게 걸쳐옵니다.
저게 뭘까요?








조심스레 걸음을 옮기면 모습을 드러낸 것은 문이 열려있는
차량의 모습입니다. 기이한 일입니다. 이렇게나 당신이 타고 온 것과 똑같이 생길 수 있나요?
다른 점이라면
범퍼가 사정없이 구겨져 있다는 것 뿐이겠죠. 마치 사고가 나기라도 한 것처럼.`운전석은 에어백으로 가득하고, 뒷좌석의 문은 열리지 않습니다. 그나마
뒷부분은 멀쩡하네요. 갖다 박기라도 한 모양입니다. 그런데, 어디에?




아무리 살펴봐도 당신의 것과 닮아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비단 차종만의 문제가 아녜요. 그러니까,
더 가까이서 들여다보자면……

색깔까지도 똑같아 그런 걸까요. 계속하여 살펴본다면 어딘가 달라 보이는 것 같기도 합니다.
타이어가 펑크난 것을 보니, 아무래도 이것이 사고의 원인인가 봅니다.



범퍼와 차량의 앞부분이 사정없이 구겨져 있습니다. 험한 꼴이네요.
부딪혔다기 보다는, 누군가 찌그러뜨린 모양새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아무래도 수리 보다는 폐차의 운명 같아요.


에어백이 터져 운전석을 한가득 채우고 있습니다. 핸들은 정방향을 향한 상태입니다.
계기판을 본다면 깜빡이부터, 사이드 브레이크와 안전벨트 경고등까지. 모든 종류의 신호가 켜져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기름은 바닥난 상태네요.
사고가 난 이유를 알 것도 같습니다.
그러고 보니, 당신이 사고가 난 이유는 무엇이었죠?


쥰, 나 똑똑해진 기분이 들어!


스즈카 유이
bonus / penalty
6

불현듯 이상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공기압은 정상이었고, 도로에는 아무런 크랙도 없었고, 심지어 기름도 넉넉했었는데요.
타이어가 펑크가 났었나? 기름이 다 떨어졌었나?
아무래도 사고의 순간이 흐릿합니다.
정신을 차려보니 쥰의 차를 올라탄 채였다는 것 밖에는요.
다분히 부자연스러운 흐름입니다. 그렇대도 기억해 낼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지만.

앞부분과는 달리 상당히 양호한 상태의 뒷부분입니다.
트렁크를 열어보면 국화꽃이 한가득 차 있습니다. 하필이면……


이 차 이상하다!




...아파? (콩눈 됨)



갈까? (턱짓으로 타고온 차 가리키며)


당신과 쥰은 다시 차에 올라탑니다.
붉은색의 표지판은, 어라? 온데간데없이 사라진 지 오래입니다.
어둠에 가려 잘못 보았던 것일까요?

차는 다시 어두운 도로를 한참이나 달려 나갑니다.

잘못봤나..?
대화를 이어가지만 여전히 의문은 사라지지 않습니다.
이곳은 기묘한 공간이라는 느낌이 듭니다.
마치 어제 죽은 쥰이 있는 것처럼.
또다시 얼마나 멀리 와버린 걸까, 불길한 신호음이 밤하늘을 울립니다.

노란색으로 빛나는 주유 경고등을 볼 수 있습니다.

트렁크에 여분 없나?
다행이도 오래 지나지 않아 주유소가 모습을 드러냅니다.
때마침 엔진이 탈탈거리며 간신히 그 앞에 멈춰 서는군요.
좋아해야 할지, 말아야할지……
어쩔 수 없네요. 이참에 잠시 쉬었다 갈까요?

나덕분이지~? (뭐가)


내가 할까~? (쿠궁~)

일단 기름이나 충전하자고. (안전벨트를 풀고 차에서 내린다)

방금 뭐라고 했어?! (눈썹 올라감)

판판한 지붕 아래 주유기만 덩그러니 자리한 크지 않은 아담한 주유소입니다.
오가는 사람이 없는 탓인지 직원도, 다른 차량도 전혀 보이지 않습니다. 천장 아래 다닥이 달린 불빛이 텅 빈
주위를 밝힐 뿐입니다. 그러고 보니 아무것도 없는 것은 아니군요.

`주유기 옆에는 시동이 꺼진 차 한 대가 서 있습니다. 주유소의 바깥, 가장자리에 딸린
간의 편의점은 행색만 갖추고 있는 꼴입니다. 쥰은 그 사이 주유구를 열고 기름을 넣기 시작합니다. 다시 출발하려면 시간이 깨나 걸릴 듯합니다.


좁은 헤드라이트의 시야를 벗어나니 이제야 좀 숨통이 트이는 기분입니다.
단지 불빛이 늘어났기 때문이 아녜요.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던 주변이 이제야 좀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으니까요.
여전히 우리는 끝없는 사막을 달리는 중인가 봐요.
해는 뜨지 않았고 달도 없지만, 그 대신 하늘을 끝없이 수놓은 것은 점점이 찍힌 별빛들입니다.
이렇게나 찬란한 밤하늘인데, 왜 조금 전까지만 해도 전혀 보이지 않았을까요?
아쉬운 기분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습니다.

구색을 갖출 뿐인 듯한 편의점이지만, 없는 것보다야 낫겠죠.
훤한 유리창 너머는 어두워 잘 보이지 않습니다. 문을 닫은 듯합니다.




(잘못눌렀어요)

어떻게 문을 만지다보니 달칵, 하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립니다.
내부에 들어서면 있을 만한 건 있고, 없을 만한 건 없는 평범한 편의점입니다.



유이는 이것저것 주섬주섬 챙겨 편의점을 나옵니다.

근데 누가~~ 차를 버리고간거야?
노란색의 깨끗한 차체가 누가 보더래도 신식의 것입니다.
안을 들여다보면 조수석에서 잠을 취하고 있는 운전자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버린 게 아니군요.

(창문 두드린다)
아저씨~
뭐하세요~?
문을 두드려도 깨어날 기미를 보이지 않습니다. 꽤 피곤했던 모양이에요. 이렇게나 곤히 자고 있으니.


사람이 있는데?

그러고있자, 그제야 인기척을 느낀 것인지 운전자가 눈을 뜹니다.


그게~ 여기 사람이 너무 없어서! 이상하더라고 말이죠~
아저씨는 뭐하고 계셨슴까? 이동네 잘알아요?
운전자는 당신이 말을 해도 시큰둥하게 있습니다.
피곤한 걸까요?

(아저씨 쿡쿡 찌름)



나야말로 그저 주를 넘어가는 사람일 뿐이오.

주를 넘어서~ 어디로 갈건데요?



셋이서 대화를 하는 중인데도, 운전자는 쥰 만을 응시합니다.




혼자?
운전자는 한편, 기분이 나쁜 듯 손으로 두어 번 문지르고는 계속 그곳을 긁어댑니다.
계속. 계속. 계속.
쓸린 흔적에 쓸린 흔적이 덧씌워져, 상처가 나고 결국 피가 흐를 때까지.

쥰이 말리면 그제야 멈춥니다.

팔을 타고 흐르는 핏물에도 달리 신경 쓰지 않습니다. 따가워하는 기색조차 없습니다.
소름 돋는 모습입니다.
유이가 말리느라 손을 올리면, 심한 정전기가 입니다.
그런 와중에 유이의 손에도 피가 묻어납니다.


유이 이성 -1
아저씨에겐 더이상 말을 걸어도, 알아들을 수 없는 웅얼거림만 들려옵니다.
더 이상 의미 있는 대답을 들을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갈래요.
(기분 나빠진듯 저벅저벅... 주유기나 마지막으로 살펴보러간다.)
돌아가는 길에 운전자를 흘끗 돌아보면, 그는 다시 조수석으로 돌아가 모자를 눌러쓰고는 잠을 청합니다.
한편, 무인으로 작동하는 주유기의 화면이 밝게 빛납니다.
하지만 이상하네요, 아무리 터치한대도 다음 화면으로 넘어가지를 않으니 말예요.
고장이라도 난 것일까요?

고장났나?
쥰이 기름넣을땐 괜찮았어?

...그러자 화면은 수월하게 결제창으로 넘어갑니다.


나~ 기계치라서 그런거려나?
그러고 갸웃거리고 있으면, 어디선가 전화벨 소리가 들립니다.
쥰의 것입니다.

쥰은 전화를 받으러 자리를 뜹니다.

그에 문득, 생각난 당신의 휴대전화를 열어봅니다.
하지만 쥰의 것과 달리 당신의 것은 먹통이군요.

으잉?
고장났나!
오늘따라 기계들이 전부 나를 뒤로하는듯한.....(기시감을 느끼며)
전화나 문자도 먹통, 주유기 화면도 먹통...
뭐, 하지만 전자기기가 유이를 외면하는 건 하루이틀이 아니죠.


아, 쥰 맞다! 편의점에서 이거저거 사왔어~


쥰이 좋아하는 아저씨들 먹는 과자랑~
삼각김밥! (내밀고선 헤헤~)






쥰은 이미 30대의 길을 걷고 있어. (과자 꺼내 담배보다 먼저 네 입에 물려주고선)
이제 기름이 있으니까 더 갈 수 있겠네~

(과자를 물려주는 손에 한숨 쉬며 담배를 주머니에 집어넣고는 조금 복잡한 얼굴로 유이를 본다.) 그래, 가던 길 계속 가야겠지. (그러고는 운전석에 오른다.)


주유를 끝마친 쥰은 어느새 운전석에 다시 올라타 시동을 겁니다.
주변은 여전히 고요합니다.

(이마 문지르고 얌전히 차에 타서 창밖이나 본다..)
그래도, 이렇게 대화를 하고 있자니... 이제는 인정할 수 있습니다. 당신 옆의 쥰은 분명 살아있는 사람이라고요.
왜인지,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 건지, 이 모든 일에 대한 이유 하나 알 수 없어도,
어쩌면 상관없을지도 몰라요.
당장 당신의 옆에 그가 있다는 사실 하나만 있다면.
상념을 밀어내듯 바람이 당신을 한차례 휘감고 지나갑니다.
급작스러운 돌풍이라 해도 좋을 정도로 강한 바람입니다.
창문을 열어놨었는지, 애초에 우리가 타고 있던 것이 지붕이 있는 차였는지.
머릿속을 어지럽히는 흩날림이 멎어갈때쯤 눈을 뜨면 당신과 쥰에게로 무언가 다가옵니다.
아니, 우리가 다가가는 것일까요. 이 또한 마찬가지로.
우리는 허름한 모텔에 도착합니다.

간판의 알파벳이 떨어져 그 끝에서 덜렁거리고, 화려하게 빛나는 불빛이 깜빡거리는 건물이 도로변 한 가운데 덜렁 자리합니다.
꽤나 구식으로 보이는 외관 인테리어가 연식을 나타내는 것도 같아요. 아니면 빈티지를 지향하는 걸지도 모르죠.

다이너를 겸하는 모양인지 건물이 꽤 커 보입니다.
그런데, 이 사막 한복판에요?

주차장에는 처음 보는 차량들이 줄지어 서 있습니다.
대충 훑어보아도 신식은 아닌 듯합니다.



온통 각져있는 것을 보니 더 말할 것도 없이 올드카겠죠.
취향이 제법 독특한 사람인가 봅니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면 눅눅히 젖어 든 나무 냄새가 흠씬 풍겨옵니다.
다크써클이 짙게 늘어진 주인은 당신을 흘긋 보더니 아무 말 없이 3번 방의 키를 내어줍니다.
묵는 곳이 어디든 무엇이 다르겠냐마는. 모텔 방은 밖에서 보았던 것과 별 다름없이 너절합니다.
난색의 조명이 밝혀오는 실내에는 브라운관 티브이와 소파, 퀸사이즈의 침대와 낮은 탁자가 좁은 방 안에 겨우 들어차 있습니다.



다이너를 향해 별도의 건물로의 이동합니다.
벽에는 빛바랜 록밴드의 포스터가 틈 없이 붙어있고, 한켠에 설치된 주크박스에서는 쉴 새 없이 예스러운 노래들이 흘러나옵니다.
에나멜 가죽 소파와 그에 대비되는 흑백의 타일, 스테인리스 재질의 식탁이 특유의 다이너 분위기를 더합니다.
조명 때문인지 시야가 자꾸만 번져갑니다. 눈을 비벼도 도통 선명해지질 않아요.
마치 필름으로 비추는 것처럼……
쥰은 벌써 걸음을 옮겨 안쪽으로 들어가는 와중입니다. 어쩔 수 없네요.
자리에 앉으면 복고풍의 스타일을 한 종업원이 다가옵니다.
February 11, 2024 4:01PM종업원: (메뉴판을 건네주며) 무엇을 시키겠어요?
당신과 쥰을 유난히 빤히 쳐다보는 것도 같습니다.




여기서부터 저기까지(?) 주문을 마치면 종업원은 떠나고, 이제야 한숨을 돌릴 수 있겠군요.
식당 안은 한적합니다. 텅 비어있다 말한대도 무리가 아닙니다.
이곳에는 당신과 쥰 뿐입니다.
창밖으로는 금방이라도 쏟아져 내릴 것 같은 밤하늘이 움직이지 않고 붙박여 있습니다.


귀신이라도 된 기분이네. 하하, 비슷한 처지일 땐 오히려 안그랬는데~

이런 공간에서 너랑 계속 이야기를 계속 하니까 뭔가 꿈을 꾸고 있는 것만 같달까. (턱을 괴고는 창밖을 쳐다본다)

내가 아는 쥰은 갑자기 사라질 사람이 아니니까 여기가 진짜려나? (그냥 맥없이 웃고선)

넌 항상 나를 훌쩍 떠나더라고. 대비할 시간도 안주고. (어깨를 으쓱인다.)





쥰 길 안 잃어버리게~ (속닥) 밥먹을때도 놓지마~ 아야세씨!

음식이 나오길 기다리다 보면, 어디선가 자꾸만 시선이 느껴집니다.
눈치를 살피면 불편한 기색인 건 쥰도 마찬가지인 듯 합니다.

단순한 기분 탓이었을까요? 여기에 우리와 식당의 직원들 말고 또 누가 있다고요.
주변을 둘러보면 분위기가 우리와는 영 딴판입니다.
이 레스토랑에는 드레스 코드라도 따로 있는 건지. 알 수 없네요.

슬슬 배가 고파올 때즈음 느지막이 음식이 탁자 위로 놓입니다. 평범한 음식들이에요.
어딘가는 차갑고 어딘가는 따뜻한, 조미료가 감칠맛을 내는 일상의 메뉴.
눈앞에는 평소와 같은 쥰이 자리합니다.
기분이 이상하네요. 마치, 그가 어디에도 가지않았던 것처럼……
식사를 하다, 브라운관 티브이를 켜면 짧은 단편 영화가 방영되는 와중입니다.
주인공은 죽은 연인을 되살리고자 계속 과거로 돌아가지만, 결국 실패한다는 내용입니다.
화질이 영 좋지 않습니다. 소리도 먹먹하네요.
February 11, 2024 4:17PM주인공: "…… 내일이면, 사라지는 거지?"
February 11, 2024 4:17PM연인: "당신 얼굴 볼 수 있어서 좋았어."
더 이상 막을 수 없이 여명은 밝아오고 끝없이 이어질 것 같던 이야기에도 결말은 있어야만 합니다.
서정적인 음악과 함께 엔딩 크레딧이 올라옵니다. 그리고 이내 티브이는 꺼져버려 다시는 켜지지 않습니다.
오래된 탓에 고장이라도 나버린 걸까요.
그 즈음, 당신들의 식사도 마무리됩니다.


아무튼 호텔 주인이 보통은 아닌 것 같네.







둘은 객실로 들어갑니다.
그런데, 사람은 두 사람인데 왜 침대는 하나뿐인 걸까요?
한 사람은 넉넉하게, 두 사람은 겨우 누울 수 있을 것 같은 크기입니다.
소파 위에는 담요가 정갈히 개어진 채로 놓여있습니다.




같이 누우니까 좋다, 그치..~ (이마 맞대고선 실실 웃어)

자고 일어나면, 꿈이라던가. 그런 건 아니려나.

).... 꿈인건 싫은데.
이번엔 진짜 갑자기.. 어디 가면 안돼? 내가 계속 꿈에서 안깨도 좋으니까?.. (빤히 보다가) 그럼 자지 말아야겠다. (하지만 벌써 졸리다..)



(이내 수마에 빠져든다.)
두 사람은 이내 잠에 빠져듭니다.
그렇게 모텔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일어납니다.
온몸이 결리고 뻐근합니다. 하긴, 이런 곳에서 편한 잠자리를 기대하는 건 말도 안 되겠죠.
악몽을 꾸지 않은 것이 어디인가 싶기도 합니다.
그래도 잠에서 깨어봐도 당신의 옆에는 여전히 어제 죽은 그 사람이, 오늘은 숨을 쉬며 살아있습니다.
꿈이 아니라는 것이겠죠.



쥰이 오늘도 내 손 잡아줘서 다행이다, 그치~ (네 손잡고) 잠깐! 내 얼굴 지금 부었나! (늘 대충 그런느낌이다.)

좋은 아침, 유이. 다행히 꿈은 아니네. (식 웃는다.)

잠깐 의심했거든. ..내가 쥰한테 돌아온것부터 꿈이 아닐까 하고. ..(손 마주잡고선 온기 확인해본다. 여전히 따뜻하다.) 뭔가 조금 이상한 것 같지만, 이게 현실이면 상관없어.

네가 언제 떠나도.

그럼 어쩔 수 없이 믿을수밖에 없겠네! (기지개 쭉 펴고~) 오늘도 그럼 힘찬 하루를 시작해볼까!
뒷정리를 끝마치고 밖으로 나오면 여전히 바깥은 어두컴컴합니다.
해가 뜨지 않은 것인지, 해가 뜨고 다시 져버린 건지, 우리가 영원한 극야의 밤을 달리고 있는 건지……
별빛이 희미합니다.
어쩌면 거의 다 온 것일지도 몰라요. 그 끝에 무엇이 있는지는 몰라도.
그럼, 다시 출발할 시간입니다.
몇 번의 정차와 몇 번의 출발을 반복한 건지. 점점 모든 것이 익숙해집니다.
눈을 감은 것과 별반 차이가 나지 않는 하늘도, 어디까지 온 건지 알 수 없는 이 도로도,
숨 쉬지 않아야 함이 마땅한 쥰이 당신의 옆에 있는 것도.
어쩌면 그의 죽음이 잠깐의 꿈이었던 건 아닐까요.
사실은 이 순간이 외면할 수 없는 현실일지도.
하지만 이 하이웨이는 도무지 끝을 내어줄 생각을 않습니다.
갈래길도, 이곳을 벗어날 여지도 주지 않은 채 도로는 앞으로만 일직선으로 뻗어있을 뿐입니다.
스피커에서는 같은 노래가 반복되고, 당신과 쥰도 슬슬지쳐갑니다.
우리, 저 절벽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건가요 떠나가고 있는 건가요.
진입 금지 표지판을 지나쳤나요. 원래 있던 표지판이었나요.
도무지 분간할 수 없습니다. 모든 것이 흐릿해요.
상념에 빠져있던 그 순간,
쥰이 갑자기 브레이크를 밟습니다.
몸이 앞으로 쏟아집니다.


흔들리는 몸은 안전벨트가 꽉 잡아줍니다.
그나저나 이게 무슨 일이람.
한편, 쥰의 얼굴을 보면 시선을 한 곳에 못박은 채 굳어있습니다.
굳어버린 그의 시선을 따라 고개를 돌리자,
그곳에는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부서진 차가 서 있습니다.
다름 아닌, 스즈카 유이로 보이는 사람과 함께.









그 순간,
의문의 히치하이커는 겁도 없이 달려 나가는 차 앞으로 뛰어듭니다.

또다시 차량은 급정거합니다.



두 사람이 차에서 내린다면 유이는……
그러니까, 갑자기 마주하게 된 또 다른 유이는……
머리가 잘 돌아가지 않습니다.








음, 근데 나랑 얼굴이 똑같은 사람을 본다는 거, 뭔가 기분 나브네...

저,저는 그렇게까지 기분나쁘지는..............음........(쥰한테 어떻게해...~?!!! 라는 얼굴로 휙 쳐다봐)

눈 앞의 또 다른 사람은, 당신과 무엇 하나 다른 점을 발견할 수 없습니다.
외모도, 말투도, 성격도, 당신을 구성하는 모든 것이 그와 동일합니다.


타서 뭐하려고요?..

몰라, 쥰이 큰일에 휘말려서… (차마 죽었다는 말을 입에 올리지 못하는 모습이다.)

흔들리는 시선을 마침내 무너뜨리는 것은,

새로운 유이의 목소리입니다.

그러니까 , 폭발같은거에 휘말리지 않고. 제대로 여기에.. (쥰 손 꼭 잡고)


그도 우리를 의심스러워하는 기색은 마찬가지 입니다.
하지만 의지할 곳은 당신들 밖에 없습니다.





..(그러다 퍼뜩 무언가 떠올린듯 쥰을 당긴다. 꿈인지도 현실인지도 확실하지 않은 세계에서 저쪽의 쥰을 마주하면 이쪽은..) .....죄송함다. 저희가 도와드릴 수 있을지 잘 모르겠어서. ...... (혹여나 쥰이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차로 다시 쥰을 끌고가)


둘은 말없이 차에 올라탑니다.
고개를 돌리지만 않는다면, 그렇게 누군가를 생각하지 않는다면...


눈에 들어오는 풍경은 변치 않은 채 입니다.
더 이상의 표현은 무의미할 정도의 익숙한 덜컹거림과 함께 차가 출발하면, 얼마 지나지 않아 우리는 진입 금지 표지판을 지나칩니다.
이제는 되돌아갈 수도, 멈추어 설 수도 없는데.
저리 흩어진 붉음이 과연 무슨 소용일까요.
운전대를 잡은 쥰 또한 더 이상 신경 쓰지 않는, 아니, 신경 쓰지 않으려는 기색입니다.
이제는 더이상 뒤를 돌아보아도, 그는 보이지 않습니다.
…새벽 공기가 유난히 차갑습니다.
기이한 만남을 뒤로하면 지직거리는 노이즈와 함께 라디오가 불현듯 꺼져버립니다.
일순 들어찬 공백이 버겁습니다.
이 하이웨이가, 원래 이렇게 조용한 공간이었던가요?
그러고 보니 이곳에는 원래 두 사람뿐이 없었죠. 시야가 섬뜩이 가라앉습니다.
불현듯 들려오는 음악 소리가 있습니다.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것이 아닙니다. 그보다 더 멀고, 부드러우며,
우리에게 손짓하는.
난색의 조명이 흰 간판을 밝히는…… 그러니까,
영화관이네요.
유명 영화의 포스터를 그려놓았음이 분명한 벽면은 페인트가 벗겨져 제목조차 알아볼 수 없고, 오늘 상영되는 제목이 적혀있어야 하는 간판은 텅 비어있습니다.
그러고 보니 태가 조금, 구식인가요? 꽤 역사가 깊은 극장인가 봐요.
아니면 그저 오가는 사람 없이 낡아버린 것이던가.




주차장은 한산합니다. 텅 비어있다는 표현이 옳겠죠.
아무도 없는 공간이 아주 당연하게 느껴지기까지 합니다.
화려하게 꾸며진 건물은 단지 그뿐입니다.
손님도, 직원도 단순히 지나갈 뿐인 사람도 없으니 말예요.
매표소의 탁자 위에는 티켓 두 장이 놓여있습니다.
상연되고 있는 영화는 단 한 편, 장르는 가족 영화,
관객은 당신과 쥰, 두 사람 뿐.
마치 잘 짜인 무대 같지 않나요. 오직 두 사람을 위해 준비해 놓기라도 한 것처럼.
유일한
상영관으로 가는 복도는 무의미하게도 길게 뻗어있습니다.상영실의 문 앞에는 관계자 외 출입 금지라며 경고가 번뜩이고, 어째서인지 저 끝에도 출구는 보이지 않습니다. 들어온 길 그대로 나가라는 뜻일까요.


쥰도 가끔 그런거 보면 마지막에 안 운척 하잖아. 눈 빨개져가지고..



크지 않은 공간에 들어찬 의자도 그리 많지는 않습니다.
주변을 두리번거리고 있노라면 이윽고 실내의 불은 꺼지고, 선명한 불빛이 스크린을 밝혀옵니다.
화면은 온통 흑백입니다.
오래된 영화의 특별 상영이라도 하는 걸까요.
고딕체로 쓰인 영화의 제목은 Stay up All Night, 감독과 캐스트는 여전히 알 수 없습니다. 처음 듣는 제목입니다.
단편 영화일지도 몰라요.
작품성이 있는 무명의 작품을 소개하는 자리일지도 모르겠군요.
내용은 아주 평범히 흘러갑니다.
두 사람이 각자의 인생을 살아오다, 어느 순간 서로를 만나 운명처럼 사랑에 빠져버리는, 그런 흔하고 뻔한 이야기가요.
지루한 장면들의 연속에 깜빡 졸음이 쏟아질 때쯤,
갑자기 화면이 번쩍이며 희게 점멸합니다.
알아들을 수 없는 소음이 귓가를 먹먹히 울립니다.
그리고 나서야 어두워진 화면에 누워있는 것은 다름 아닌 쥰의 모습입니다.
…… 네?
…………………………
문득 바쁘게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립니다.
이곳엔 우리밖에 없는데?
하지만 이질적인 것은 그뿐만이 아닙니다. 어느 곳을 둘러봐도 희고 검은 명암밖에는 보이지 않아요.
모두가 색을 잃어버린 채입니다.
마치 영화의 한 장면에서나 보았던 것처럼……
아, 그래요. 이곳은 익숙한 연구소 한복판.
철야를 하는 쥰 탓에 홀로 집을 지키고 있자면, 사무치는 외로움에 종종 그의 직장을 무단방문을 해 왔기에 이곳의 복도는 익숙합니다.
사고, 그래. 사고가 났던가요.
관계자에게 들었던 사고발생 시간은 오후 2시 13분,
그리고 지금은 2시 10분입니다.
당신은 압니다. 그가 곧 죽으리라는 것을.
지금 당신은 실험실 앞에 서 있습니다.


본능적으로, 혹은 의식적으로, 당신은 갈피를 잡지 못한 몸을 움직여 실험실 문을 열어 재낍니다.
쥰은 실험에 열중한 채입니다. 퍽 피곤해보이기도 합니다.
불확실하면서도 확실한 감각이 당신을 사로잡습니다.
이 순간을 놓치면 아주 오래 후회하고 마리라는.
11분, 12분,
실험실 어느 구석에서 일어날 폭발을 피해, 쥰의 손을 잡아채고 달립니다.
마땅한 죽음을 피해.
불현듯 그런 생각이 들어요.
어쩌면 죽지 않고 살아남은 쥰이 당신처럼……

깜빡, 쥰의 목소리에 정신이 돌아옵니다.
순식간에 필름이 녹아내려 화면이 타들어 갑니다.
방금, 분명 쥰이…… 아니 당신이……
어떻게 된 일이죠?

손은 잡혀있지 않습니다. 당신을 깨우기 위해 쥰이 양 어깨를 쥐고 있습니다.

그렇게 말하는 그의 얼굴도 정작 퍽 당황에 물들어 있습니다.
화염이 느릿하게 스크린을 집어삼킵니다. 그러고 보니 타들어 가는 끝단이 붉어요.
흑백의 시야는 단지 영화 속에서만 일어나는 일인 듯합니다.
꿈이었던 걸까요? 방금은……


영화 진짜 이상하다. (멋쩍게 웃고선 아까 상영실을 뵞않았던게 떠오른듯 상영실로 먼저 걸어간다.)

손잡이를 돌려보면 문은 아무런 방해 없이 부드러이 열립니다.
분명 외부인은 들어가면 안 되는 것일 텐데, 하지만 잠겨있지도 않다는 점이 의구스럽습니다.
게다가 관계자건 관객이건, 돌아다니는 사람은 우리밖에 없는데……
상영실 안으로 들어서면 꽉 막혀있는 구조 때문인지 공기가 후덥지근합니다.
탈탈거리며 돌아가는 환풍기가 야트막이 열풍을 내보내고 있긴 하지만,
글쎄요. 그 뿐으로는 역부족 같아 보이는데요.
좁은 내부에 불필요한 것들은 전부 빼버린 것인지, 영사기와 각종 보조 기계만이 드문드문 놓여있습니다.
영사기를 살펴보면 필름을 사용하는 구식 제품임을 알 수 있습니다.
가까이 다가가면 열기가 흠씬 풍겨옵니다. 내부가 더웠던 건 모두 이 때문이었나 봐요.
필름을 살펴봐도 표시가 될 만한게 없어, 상영되는 영화가 무엇인지는 알기 힘듭니다.
그건 무슨 영화였을까요?



영화관을 나오는 걸음은 가볍지 않습니다.
예상치 못한 결말 때문일까요, 혹은 기이한 환상 때문일까요. 뒷맛이 찝찝하네요.
쥰의 얼굴 또한 그리 밝아 보이지는 않습니다.
문득 조수석에 올라타는 것이 어색합니다.
여기 당도하기까지 수도 없이 반복해 온 일인데도 말이에요.
우리는 어찌하여 만나게 된 것일까요. 생과 사의 순리에 따라 애초 다시는 만나지 말았어야 했던 걸까요.
생각한대도 이미 늦어버린 일입니다.
그의 옆자리에 타게 된 것도, 돌연히 조우하게 된 것도, 이 하이웨이에 고립된 것도, 애초 그가 죽어버린 것까지도……
차가 출발하는 그 순간까지 누구도 입을 열지 않습니다. 공백을 밀고 들어오는 것은 숨 막히는 침묵뿐입니다.
우리의 결말은 어떠한 형태일까요.
어느새 짙게 깔린 어둠에도 시야가 훤하고, 새벽녘의 바람도 더는 춥지 않습니다.
무엇이 잘못된 건지도 알 수 없습니다.
도로에 처음과 끝이 없다면, 그렇게 하염없이 달릴 수 있을 것만도 같아요.
우리를 막아서는 것이 없다면. 지금에서야 새삼 놀랄 일이 무엇이 있겠냐마는……
그때, 불쑥 튀어나온 돌부리 하나가 우리의 앞을 가로막습니다.
크기가 꽤 되어 보이는데요. 하지만 이렇게 난데없이요?
항변해 봐도 우리에게 닥친 상황은 변할 길이 없습니다.
피하지 않는다면 펑크가 날 지도.

반사된 헤드라이트가 눈 앞을 가립니다.
이따금 아무것도 할 수 없을 때가 있지 않나요.
머릿속이 새하얗게 뒤덮이는 것 같은 느낌이요.
그제야 핸들을 돌려봐도, 아무래도 늦은 건 늦은 것이겠죠.
차량이 이리저리 비틀대다 가로등을 들이받습니다. 둔탁한 충격이 전신을 울립니다.

불규칙적으로 울리는 엔진소리와 커버에서 피어오르는 연기. 고개를 들어 살펴보면 범퍼가 찌그러진 채입니다.
엉망이네요, 완전히.
그리고, 당신은 차에서 내려 어지러운 정신을 겨우 붙들어 맵니다.
곳곳이 뻐근하고 속이 울렁거려요. 도로변에 속을 게워 낸대도 무리는 아닙니다.
한편, 쥰은 운전석에서 내릴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퍽 당황한 모습인데요. 가까이 가 살펴보면 차가 제자리에서 꿈적도 않아요.
펑크가 난 것도, 기름이 떨어진 것도 아니면서요.
곤란합니다.


노숙자 하지뭐. .. 한동안은. (차 한번 팡 두드리고선)
주변을 둘러보면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별다를 건 없습니다.
하늘은 어둡고, 사막은 한없고, 우리는 여기에, 도로는 저기에,
그리고 도로에 난 샛길은……
샛길?
심야의 하이웨이에서는 꼭 이상한 일이 한두 가지 씩 나타나기 마련이죠. 이 또한 그 일부라는 생각이 듭니다.
도로변을 따라 하염없이 걸어가기도, 엔진이 제 기능을 하기까지 기다릴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어쩌면 다른 곳으로 연결되어 있을지도 몰라요.


방랑 노숙자네, 그럼~

집에 가야하는데, 큰일 났네.
걸음이 아스팔트를 벗어납니다. 편평한 흙 위를 밟습니다.
새삼 낯선 기분이네요.
어느새 무모함에 익숙해진 것 같기도 합니다.
그렇게 걸어 나간 곳은 사막의 한복판. 우리만이 온 세상과 외따로 떨어져 있는 것만 같아요.
문득 모든 것이 환상처럼 느껴집니다.
당신이 겪어온 모든 것이, 혹은 지금의 이 모든 것이.
……그러고 보니, 우리 지금 얼마나 멀리 나와버린 거죠? 희미하게 반짝이던 가로등 불빛도 어느새 보이지 않게 된 지 오래입니다.
어디가 어디인지 구분하기가 쉽지 않아요.
위에는 그저 밤하늘만이, 사방에는 다만 흙먼지뿐이……
그래도 우리는 주저 없이 걸음을 딛습니다.
앞으로 나아갑니다. 아니, 뒤로 돌아가는 것인가?
제자리를 빙빙 돌고 있을 뿐일지도요.
고개를 돌려 쥰의 시선 끝을 따라가면, 그 끝에는 당신이 있습니다.
미지의 히치하이커도, 영원의 거울상도, 또 다른 존재도 아닌.
그러니까, 어제의 당신이요.
-
시야가 바뀝니다.
이곳은 구장의 선수대기실입니다.
당신은 오늘도 변함없이 시합을 위해 경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오늘의 컨디션을 체크하고, 상대팀의 전력을 곱씹고….
시합이 얼마 남았더라, 하고 시계를 쳐다보면 2시 10분입니다.
한 시간 정도 뒤면 당신은 그라운드에 서있을 겁니다. 자랑스런 팀의 포수로.
문득 바닥에 널부러진 잡지에 눈을 돌립니다.
신간 지면 광고가 한 페이지를 채우고 있습니다.
‘꿈 속을 유영하며, 그곳에서 평행우주를 건너면, 그곳에서 평행의 나 자신을 만나…’
다른 세계가 있다면, 그곳이 이 세상과 별 다르지 않다면,
야구를 하고, 쥰을 만나고, 같은 삶을 사는 그곳의 나도 있을까?
그런 터무니 없는 상념에 잠겨있노라면 갑자기 뜨거운 열기가 피부를 스칩니다.
큰 폭발음과 함께 선수 대기실은 어느 새 불과 연키로 가득 차 있습니다.
언뜻 시야에 들어온 대기실의 시계는, 아, 2시 13분……
도망치기엔 빠르게 밀려들어오는, 작열하는 불길을 피할 수가 없습니다.
불길 속에서 살아남았는데 또 다시 불길에 휘말리다니.
시야가 하얗게 물들어 갑니다.
눈앞에 들이밀어지는 풍광이란 참으로 당연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동시에, 부정할 수 없습니다.
어제는 당신이 죽었어야 하는 날이라는 것을요.




꼼짝도 하지 않을 것 같던 걸음이 멋대로 움직입니다.
아주 반대로 달아납니다. 당신의 죽음에서,
응당 맞이하였어야 할 운명에서,
어디선가는 이미 일어나버린 과거에서……
더는 보이지 않을 때까지, 마주하지 않을 수 있도록.
일순 발 끝이 허공을 짚습니다.

(어딘가로 향해 뛰어가는 유이를 붙잡고는 있지만, 마찬가지로 복잡한 얼굴이다.)
그도 당신처럼, 보았을까요? 당신의 죽음을?
혹은 스스로의 죽음을?
숨을 몰아쉬어 머리가 차갑게 가라앉아서야 드는 생각이 있습니다.
어제 죽은 것은 쥰, 어제 죽었어야 하는 것은 나.
어제 죽은 것은 스즈카 유이,
어제 죽었어야 하는 것은 아야세 쥰……


나는 반대인줄 알았는데. ...



왠지 귀신이라기엔 너무 살아있는 사람 같았거든, 유이 네가...


(한숨을 쉬며) 이렇게 또 갈 거면 차라리 돌아오지나 말지. 솔직히 또 유이 널 만났을 땐... 내가 고문을 받고 있나? 그런 생각도 들었어. 네가 또 죽었다가 돌아온 거라면, 세 번이나 보낼 자신은 없었으니까...


그래도... (유이 얼굴 두 손으로 감싸며) 남은 사람은 살아야겠지.

죽은줄 알았던 사람이 살아있다고 하면 엄청 복잡할텐데도? (빤..)


그러니까 나는, 쥰이 없는 빈 집에 들어갈 자신이 없었으니까. ..이제 정말 싫거든. 그런거... 잠깐이라도. (손바닥으로 눈 벅벅 문지르고선) 정리가 다끝나면 똑같이 되는게 맞다고 생각해서... 근데 이렇게 쥰을 다시 만나고. (혼란스러운듯 입만 달싹인다.)

나도, 한동안은 네가 없는 집을 돌아가는 게 괴로울 거 같아. 그치만... 내 세상에 남겨져 있을 유이가 좀 외롭진 않을까, 그런 생각이 좀 들긴 하네. (벅벅 문지르는 눈을 부드럽게 문지르다, 유이 손을 맞잡는다.)

엄청 늦은 대비를 한 기분이거든....원래 일이 벌어지고 준비를 하기도 하나?

유이. (한껏 유이를 품에 꼭 껴안는다.) 빈소에서 항상 기다릴게. 가끔 찾아가.
나도 네 빈소 자주 갈테니까. (유이의 머리칼에 고개를 묻는다.)

똑같이 써뒀을지도 모르니까 찾아봐. ,.그리고. (헛웃음 흘리면서 하늘 올려다보다 저도 마주안고선) 매번 찾으러 와줘서 고마워. 늘 돌아올 수 있게 해줘서. .. 그리고... (빤히 보다가) 내가 무슨말 할지 알지?

유이 나는... 항상 네 흔적을 쫓아 다니는 사람이니까. 처음도 그랬고, 늘 그랬으니까. (마주안는 유이에 더 파고들며) 나는 네 돌아올 곳이잖아.
그리고, 네가 사온 선물 진심으로 싫어해본 적은 한 번도 없어. (소근거린다.) 사랑해.

무슨일로 오늘은 눈치가 빨라? ..평소엔 쪼잔하게 굴더니. (웃다가 잔뜩 붉어진 눈으로 네 양뺨 잡고선) 난 얼굴 보고 말할래. 나도 사랑해, 쥰. (배시시 웃고선)
신기하다, 되게 속상한데.. 행복하기도 하네. 듣고싶은 말 들어서 그런가?

그러게, 나도 유이한테 이 말이 듣고 싶었나봐.

밤마다 다시 찾을 것 같아. 집에 돌아왔을때 엄~ 청 외로울 것 같아. 자랑하고 싶은일 잔뜩 있을때 정말 허전할지도 모르겠다. 이제 밥도 엄청 맛없는 밥 먹을지도.
그러니까~ 쥰이 없으면 안돼! 라고 말하고 싶었어. 늘. (코쓱) 나 쥰이 없으면 엄청- 별거 없는 사람이거든.

나도 유이가 필요해. 그런데... 이렇게 널 만나니까 더 알 것 같아. 죽은 유이도 분명 외로워할 거라는 걸. (조금 추스리며 유이와 애써 마주본다.) 그곳의 아야세 쥰도 네가 없으면 안 될 거야. 유이.
그러니까... 돌아갈까. 유이.

오늘은 다녀왔어가 아니라 둘다- 다녀올게네. 그치? (히죽)

있던 곳을 벗어나, 돌아온 가로등 아래에서 다시금 조우한 것은 잔뜩 구겨져 녹아가는 차 한 대.
글씨가 어그러진 붉은 표지판과 흔적만이 남아있는 페인트칠.
이제는 의심할 여지가 없어요.
이것은 당신의 차이고, 우리는 같은 곳을 한없이 헤매는 중이며,
이제는 그 방황에도 매듭을 지을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는 걸.
차는 다시금 움직입니다. 그리고 점차 속도가 줄어듭니다.
아주 천천히 정차합니다.
더 이상 움직이지 않습니다.
이 차를 만난 지, 이 표지판을 지나간 지,
그리고 이 차를 멈춰 세운 지,
아무리 지나도 새벽은 가질 않고, 하늘을 가득 메운 어둠에 번진 별빛은 나아갈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이 하이웨이에는 시작도, 끝도 애초 존재하지 않는 것 같아요.
갇혀버린 거겠죠. 어디에도 갈 수 없이.
하지만 어쩌면, 떠날 수 있을지도 몰라요.
우리를 막아서는 것이 아무것도 없을 때에,
그리하여 우리는 앞으로 나갈 수밖에 없을 때에,
눈길을 밖으로 돌려본다면.
멈춰있지도, 움직이지도 않은 채로,
그저 이 차를 버린 채로 도로 밖을 벗어나기만 한다면……
쥰과 눈이 마주칩니다.
색이 다른 두 눈동자는 모두 당신을 직시합니다.
...시동이 완전히 꺼집니다.
쉴 새 없이 돌아가던 엔진소리도, 하염없이 흘러나오던 라디오의 음악 소리도 이제는 들려오지 않습니다.
우리는 이 지긋지긋한 드라이브를 끝내야만 합니다.
비록 그 시간이, 우리가 함께 했던 시간이 무한히 아름답고 끔찍했더라도……
아스팔트 도로를 벗어나는 걸음이 무겁습니다.
바닥이 끈적이는 듯한 착각이 입니다.
거친 표면이 서느런 습기에 젖어 들어 당신을 붙잡는 것만 같아요.
하지만 멈추지 않습니다. 그렇게 결심했잖아요, 당신은.
희게 덧칠해진 선을 넘어가면 천구가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은하의 끝자락이 자취를 남기며 밤하늘을 떠나갑니다.
어깨 너머로 익숙한 시동음이 들려옵니다.
당신을 이곳에 남겨둔 채로, 차는 출발합니다.
제자리로 돌아갈 시간입니다.
당신과 쥰과, 그리고 모든 것이.
쥰은 어둠 속으로 사라져 다시는 돌아오지 않습니다.
짙은 어둠만이 전부인 사막에도 태양은 떠오르고, 금방이라도 주저앉을 것 같은 트럭이 당신의 눈앞에 멈추어 섭니다.
당신의 곁에 깜빡거리는 비상등과 불길한 경고음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습니다.
중앙선을 따라 멈추지 않고 나아가면, 저 멀리서 도로의 끝이 다가옵니다.
사막을 벗어나면 건조하게 말라붙은 더위가 불어옵니다.
한밤의 꿈에서 겨우 깨어난 듯한 지금에도 생각은 끝없이 이어져만 갑니다.
그 만남은 정말이었을까요?
그건 정말, 쥰이었을까요?
당신은 영영 답하지 못할 의문을 가진 채 하이웨이를 떠나갑니다.
쥰이 없는, 당연한 하루가 밝아옵니다.
END A. Stay up All Night

(또는 쥰 생환, 유이 로스트)
유이와 쥰은 각자의 세계로 돌아갑니다. 유이의 곁에는 쥰이 없고, 쥰의 곁에는 유이가 없는, 아주 당연한 일상으로요.
